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11월 셋째 주에 IDO 예정인 코인이 있는데 헐값에 선점할 기회를 얻으려면 레이디움 코인 100개를 사서(한화 150만원 가량) 11월 10일 오전까지 스테이킹 해 두어야 티켓이 주어진다고 한다. 티켓도 전원 지급이 아니라 추첨이지만 요즘 같은 가상화폐 불장인 시기에 선정만 된다면 최소 백 만원 단위의 수익을 기대해봄직한 이벤트라 나도 신청해 보기로 했다.
티켓을 받기 위해 스테이킹 하는 절차는 이렇다.
- 업비트에서 리플을 산다.
- 리플을 FTX거래소로 보낸다.
- FTX거래소에서 리플을 팔고, 레이디움 100개와 솔라나 0.1개를 산다.
- 팬텀 지갑으로 레이디움 100개와 솔라나 0.1개를 보낸다.
- 팬텀 지갑에서 레이디움 100개를 스테이킹한다.
- 티켓이 지급되었는지 확인한다.
해외거래소로 송금하는 일이야 자주 해봤으니 저녁식사하면서 빠르게 진행했다. 위의 4번 항목, 팬텀으로 레이디움 100개를 보내고 저녁을 다 먹고 설거지까지 하고 누웠는데 30분이 지났지만 레이디움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일부 코인은 송금하는 데에 1시간 넘게 걸리기도 해서 으레 입금되겠거니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옆에 있는 신랑에게 레이디움 전송 속도 원래 오래 걸리냐고 물어봤다. 신랑은 검색해 보더니 전송 속도 빨라서 곧바로 입금된다고, 어떻게 보냈냐고 하기에 팬텀 지갑 모바일 앱이 있기에 다운로드하여서 보냈다고 했다. 다시 검색하던 신랑 왈, 팬텀 지갑은 모바일 앱이 없어서 모바일은 사기라는데?
그럼 내가 다운받은 앱은 뭐지. 깜짝 놀라 PC 앞으로 가서 팬텀 지갑을 실행하고 지갑 주소를 봤다. PC에 뜬 주소와 모바일에 나온 주소가 판이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침착하고 FTX거래소 앱을 실행했다. 레이디움 송금 완료라고 나온다. FTX거래소 서포트 메일 주소를 찾아 잘못된 주소로 송금했는데 취소 가능하냐고 문의를 남겼다. 5분 뒤, 이미 송금된 것은 취소할 수 없다는 빠르고 친절한 회신을 받았다. 공식적으로 너는 사기당했다고 알려준 것이다. 아, 내 150만 원...
구글 앱스토어에 팬텀 지갑을 검색하는데 내가 받은 앱은 없고 이상한 게임만 뜬다. 몇 달 전에 다른 IDO 참여한다고 다운받았는데 그때 나는 뭘 다운받은 걸까.
![](https://blog.kakaocdn.net/dn/bjTrSF/btrkoH9wqwo/Js5TroZBbjLImmLSfH5r1k/img.jpg)
- 잘못이 있는 쪽 : 사기 친 팬텀 모바일, 구글 앱스토어, 첫 거래인데 송금 테스트 안 하고 곧장 송금한 나
- 사건의 원인 : 소액으로 송금 테스트하지 않고 큰 금액을 곧장 보낸 것
- 재발방지 대책 : 처음 사용하는 거래소 및 지갑은 송금 테스트 꼭 할 것, 2 채널 인증을 하지 않는 거래소나 지갑에 코인 보유하지 않기, 다음 휴대폰은 안드로이드 사용하지 않기
가만 생각해 보면 지갑 관련해서 당한 게 벌써 두 번째다. 디파이(DeFi), 탈중앙화의 장점만 봤지 그간 단점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중앙화에서 벗어났다는 단어처럼 관리, 감독, 규제하는 기관이 없으니 이런 사고가 생겼을 때 소비자 입장에서 문의할 곳도 책임을 물을 곳도 없다. 특히 2 채널이나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으니 보안이 엄청나게 취약하다. 위조 앱 관련 사기는 남의 일인 줄만 알았다. 같은 실수를 다시 번복하지 않기 위해 속이 쓰리지만 적어둔다.
'재테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KOTRA 글로벌 비즈니스 리포트, 2022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서평 (0) | 2021.11.22 |
---|---|
소수점 투자 (0) | 2021.11.12 |
대선 이후의 나의 재테크 방향 - 부동산, 주식, 코인 (0) | 2021.11.07 |
2021 부산머니쇼 가상화폐 비트코인 강의 요약 (0) | 2021.11.07 |
무주택자, 1주택자가 아파텔을 매수해야 하는 이유 (0) | 2021.11.01 |
댓글